동해 삼화사

2026. 6. 19. 08:35ㆍ사찰기행

동해 바다의 해안선을 따라 여행을 하다 보면 유명한 사찰을 여러 군데 만나게 된다. 그중 한 곳이 삼척의 삼화사인데, 이곳 역시 명당 중의 명당이다. 삼화사 절터는 백두대간의 중추에 해당하는 태백산맥 한가운데 놓여 있는 두타산 무릉계곡에 자리잡고 있다. 동해 시외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삼화사를 찾았는데, 택시 기사님이 원래 삼화사 자리가 여기였는데 지금 위치로 이전한 것이라고 알려주신다. 이유인즉, 1979년 대한민국 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시멘트 공장을 세우기 위해 원래 삼화사 자리를 시멘트 회사가 인수하고, 대체 부지로 무릉계곡 안쪽에 새로운 부지를 마련해 자리잡게 되었다고 한다.

 

절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렇게 황당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모든 절집이 절집 자체보다 그 자리가 더 의미 있는 법인데, 공장을 세우기 위해 삼화사 절터를 통째로 옮겼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 제대로 남아 있는 문화재가 없기 마련이고, 새롭게 잡은 절터가 과거보다 나을 리도 없기 때문이다. 실망스러운 정보였지만 먼 길을 찾아왔다는 일념만으로 쌀쌀한 날씨를 무릅쓰고 삼화사 경내에 들어섰다. 그런데 뜻밖의 반전이었다. 터를 옮겨 잡은 삼화사 위치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주 전각들이 위치한 장소도 그렇고, 주변에 어우러진 무릉계곡의 위치 또한 절묘해서 의외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새롭게 이전한 절터라 대웅전 앞 삼층석탑(보물 제1277호)과 철조노사나좌불(보물 제1292호) 두 점을 제외하고는 중요 문화재가 남아 있지 않았지만, 분위기만은 어느 절집에 못지않은 내력이 느껴졌다. 삼화사 역시 창건 시기가 신라시대로 올라가는 천년 고찰이다. 현재 위치는 천 년 전 그 자리는 아니지만, 천년 고찰다운 새로운 절터를 잡아 이전한 것 같다. 새롭게 지어 올린 전각들은 아니나 다를까 번쩍거림이 여간 눈에 거슬리는 게 아니었지만, 그 위치만큼은 칭찬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깎아지를 듯한 무릉계곡의 봉우리들을 병풍처럼 두른 위치에, 절집 옆으로 돌아 내려가는 무릉계곡의 물줄기와 아주 잘 어울린다.

 

삼화사 앞에는 무릉계곡의 백미인 거대한 너럭바위가 펼쳐져 있다. 무릉반석으로 불리는 500제곱미터 규모의 석장암 바위가 펼쳐져 있고, 그 위에 매월당 김시습을 비롯하여 수많은 시인묵객들의 이름과 시가 새겨져 있다. 그중에서도 조선 전기 4대 명필 봉래 양사언의 초서체 열두 글자가 남겨져 있다. 한석봉과 동시대 인물로 초서에는 따라올 자가 없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유명한 글씨를, 이런 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게 뜻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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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화사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 삼화로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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