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6. 19. 08:23ㆍ사찰기행
우리나라 동해안을 여행하다 보면 정말 멋진 곳을 여러 군데 발견하게 된다. 해변도 있고 산도 있고 동굴도 있고, 참으로 오묘한 자연경관을 마주할 수 있다. 그중에 해변가에 자리 잡은 멋진 문화유산이 하나 있는데, 강원도 속초 인근 양양의 낙산사이다. 양양 낙산사를 처음 찾은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한두 번 왔던 것 같고, 이후 대학생 때 몇 차례 설악산에 올 때마다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이유로 드나들었던 곳이다.

낙산사는 우리나라에서 해안가에 자리 잡은 사찰로는 보기 드문 규모의 절집이다. 관세음보살이 머무른다는 낙산에 자리를 잡은 낙산사는 671년 신라 문무왕 11년 의상대사가 창건하였다. 이후 몇 차례 중건을 거쳤으나 6·25 전쟁으로 전소되고, 1953년 다시 지어 3대 관음도량의 하나로 유명세를 타다가, 2005년 4월 관동 지방의 큰 산불로 대부분의 전각이 소실되어 최근 재건하였다. 때문에 문화재적 가치는 높지 않으나, 낙산사 부속 건물이자 사적 제495호로 지정된 의상대와 홍련암 등 아직도 볼거리가 많이 남아 있다.

양양의 해안가에 걸쳐 있는 오봉산 전체가 낙산사 경내이다. 공식적인 정문은 홍예문으로, 조선시대 세조 13년(1467년) 처음으로 만들어졌으나 산불로 소실되고 다시 지었는데, 전형적인 조선시대 성곽 양식을 따르고 있다. 이곳을 찾는 분들이 이곳이 낙산사 정문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인근의 낙산해수욕장이 워낙 유명한 곳인 데다 편의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어, 낙산해수욕장 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오르면 처음으로 의상대사의 창건 설화가 전해 내려오는 의상대와 홍련암을 만나게 된다.

이곳은 일출을 관람할 수 있는 주요 포인트로 유명하고, 여기서부터 낙산사 경내가 시작된다. 기와지붕이지만 최신식 건물인 보타전을 지나 언덕을 오르면 해수관음상이 우뚝 솟아 있다. 해수관음상 주변은 낙산사에서 가장 높은 언덕이라 좌우로 동해안 해안선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이 또한 장관이다. 해수관음상을 돌아 오솔길을 걸으면 2005년 화재로 불타고 다시 지은 원통보전이 자리 잡고 있다. 공들여 다시 짓기는 했으나, 이전 원통보전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아쉬움이 가득할 따름이다.

오랜 세월을 버티고 이 땅에 남은 문화유산들이 별로 가치가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시간이 켜켜이 쌓여 현재 우리에게 남아 있는 문화재들은 사라지고 나면 영영 볼 수 없는 것이다. 잦은 외침과 근대화 과정에서 사라지거나 없어진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들을 생각하면 가슴 한켠이 텅 비어 버린 듯 허전해진다. 낙산사 화재 이후 다시 찾은 낙산사에서, 얼마 남지 않은 문화유산들이라도 철저하게 대비하고 체계적인 보존 대책을 세워 우리 손을 거쳐 후손에게 안전하게 넘겨주는 것이야말로, 이 땅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우리의 의무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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