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8. 21. 05:40ㆍ사찰기행
보리암은 여수의 향일암과 더불어 남해안에 자리 잡은 대표적인 암자로, 남해 금산 정상에 자리 잡은 유서 깊은 암자다. 과거에는 남해 금산을 등산해야 도착할 수 있는, 접근하기 정말 어려운 암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보리암까지 도로가 개설되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되었고, 보리암에서 바라보는 남해의 경관이 워낙 유명해서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한 번쯤 들러 볼 만한 관광명소가 되었다.

보리암은 신라 신문왕 3년인 683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하고 수도한 암자로 유명하다. 이후 여러 차례 중수와 재건을 거쳤으며, 조선 태조 이성계가 이곳에서 기도하고 왕위에 올랐다 하여 조선 왕조의 원당이자 호국기원도량으로 더욱 유명해진 암자이다. 지금도 그 영향력이 이어지는 듯, 불심이 깊은 불교 신자들 사이에서는 꼭 한 번 다녀가고 싶어 하는 명당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보리암 인근에는 보리암에서 운영하는 불자들을 위한 5층짜리 숙소 건물이 운영되고 있다. 그만큼 많은 불교 신자들이 기도를 위해 보리암을 찾는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불교에 관심이 없더라도 보리암이 위치한 금산이 남해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고, 그중에서도 금산 정상 부근에 자리 잡은 보리암의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날씨가 좋으면 금산의 능선을 따라 시선을 아래로 내리면 남해 상주 해수욕장이 그림처럼 한눈에 들어온다. 좌우로는 금산의 능선이 늘씬하게 뻗어 있어 마치 구름 위에 올라와 있는 느낌이다. 이런 풍경은 지리산 천왕봉이나 설악산 대청봉에 올라야 볼 수 있는 풍경인데, 남해 보리암에서 유사한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보리암의 전각들은 대부분 최근에 지어진 것으로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는 크지 않다. 원래 목조 건축물을 중심으로 여행을 다니는데, 절집의 위치와 가람 배치도 꼭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폐사지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다니는 편이다. 그런데도 보리암의 풍경이라면 기회가 될 때마다 찾아올 수 있는 명당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해 용문사를 보고 오느라 다소 늦은 시간에 보리암에 도착했는데, 서쪽 하늘에서 낙조가 시작되고 있었다. 이곳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런 풍경을 볼 때마다, 고생스럽지만 여기까지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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